그림과 그리움

소설 > 일반  by 전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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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소설 > 일반
작가
전영수
출판형태
전자책
파일형태
파일크기
2.56MB
출판사
부크크
ISBN
일반 판매용
출판일
2015.08.14

저자 소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매력과 즐거움의 추억을 뒤로 했는데,
이제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이 책의 여자를 통해 무렵고도 존경스런 여성상을 배우고
이 책의 남자를 통해 여자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적응력을 배운다.

널리 읽혀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저작)
- 캘빈
- 무저갱에서 온 방문객
- 범냇골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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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2

CHAPTER 1 추억이 19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다 3
충격 5 / 만남 22 / 슬기 40

CHAPTER 2 애증은 아직도 63
연모 65 / 흔적 71 / 인범 86
이형도 92 / 우정 116

CHAPTER 3 그림은 옛일을 담고 있다 135
그림 137 / 치유 159 / 연애 180

CHAPTER 4 사랑은 허물을 가릴 수 있나 191
추락 193 / 해결 209 / 선물 216
보응 224

CHAPTER 5 사랑은 공감대 질량과 비례한다 237
정리 239 / 고백 268 / 비련 282

CHAPTER 6 그림은 그리움을 그린다 297
비밀 299 / 작품 302 / 그림과 그리움 308

사랑의 시작 311

꼬리말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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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1983년 가을, 하늘의 지존자는 이 땅의 집권자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준다. 3년 전 그가 광주의 수많은 젊은이를 그들의 부모의 품에서 앗아갔던 잔인한 살인 만행을,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으로 오열했던 부모의 심정으로 느끼고 사죄하라는 징계였다. 즉, 그의 그릇된 통치의 오욕을 임기 중에 전화위복시켜 줄 유일한 두 사람 곧 이범석, 김재익을 지존자는 한 순간에 데려갔다. 그들은 살인자를 구국의 영도자로 변신시켜 줄 오른팔과 왼팔이었다. 책에 이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1990년 가을, 한국 미술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화백 이형도는 톱, 대패와 끌로 살아온 목수이다. 그는 70년대의 모더니즘 미술을 발로 걷어차내고, 80년대 민중미술의 경지를 여는 인물을 대변한다. 이형도는 자신의 현실과 도덕적 갈등의 몸부림으로부터 자유하게 해 줄 미술적 이미지로 몸의 일부를 설정한다. 그의 화법은 시대의 진보적 정신을 함의한다. 1990년 가을, 부산 대청동 도로변에 있는 미문화원에서 그가 미국 유명 잡지사 기자와 가진 인터뷰는 미술사 사료에 관심이 있는 자들의 눈길을 끌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1983년 가을, 이런 암울한 시기에 예리한 발톱을 숨긴 기괴한 운명이 부산 범천동 한 남자에게로 향한다. 보이지 않는 힘은 어린 심장과 숨통을 압박한다. 아웅산 묘소에서의 폭음 소리도, 부친의 망치질 소리와 붓놀림의 광란도 그에겐 음소거 진공에 불과하다. 그림이 도피처가 될 것인가.
이 모든 소용돌이 속으로 스스로 뛰어든 한 여인은 암울했던 시대에 아름다운 사랑의 기운을 차 향기처럼 풍긴다. 다말 같은 여인이 되지 않기 위해 먼저 다말처럼 행동해야 하는 여인. 이 여인이 그려내는 한 폭의 사랑의 그림은 기나긴 그리움의 물감으로 드러난다. 그녀의 매서우리만큼 냉철하고도 집요한 설정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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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한편으로 낮추면서 눈을 위로 치켜들어 올려다 보았다. 순간, 인범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웅크린 채로 뒤로 나자빠졌다.
“헉......! 흡.....!”
인범은 순간 숨이 탁 막혔다. 눈 앞이 하얗게 변했다.
‘저건......’
벽을 도려내듯 뚫지 않는 이상,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를 깨뜨리고, 안쪽의 사물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그의 호흡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나무벽 안쪽의 사물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밖에서의 바라봄을 묵묵히 허용하고 있는 건 여자의 둥근 속살이었다. 까만 구두 위에, 하얀 엉덩이가 얹혀 있었다. 옆으로 드러난 둥그런 살피듬의 곡선,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포동포동하면서 토실한 살덩어리가 그의 두 눈 속으로 미끄러지듯 파고 들었다. 순간 인범은 목구멍에서 아래 명치까지 뭔가 뜨거운 불덩어리 같은 것이 휘젖고 내려가는 묘한 기운을 느꼈고, 순간 상체가 오한이 나듯 바르르 떨렸다. 동시에 마구 퉁탕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와 흥분된 감정이 급류처럼 밀려들었다. .
‘여, 여자 엉덩이다!’

******************
<책 후반부>

얼마 후 여자는 돌담으로 높게 쌓은 돌벽 터에 덩그러니 홀로 지어진 딴채 가옥이 보이는 골목 모퉁이에 섰다. 쪽문을 열고 들어가서 마당 가에 서면, 범냇골 일대가 한분에 들어오는 확 트인 전경을 조망할 수 있음을, 그녀는 지나간 그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오래전에 그 조망을 얼마 동안 누려본 적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덩그러니 지어진 가옥과 짜임새 없는 마당, 눈높이로 둘러 쳐진 담벼락의 산등성 집이었지만, 그 사람이 있기에 신비스럽기만 했다. 평생 잊을 수 없도록 긴장과 설레임으로 두근거렸던 그때, 그녀는 남자의 매몰찬 말과 행동에 눈물을 흘리며 저 문을 뛰쳐나갔던 적도 있었다. 이제 다시 찾아와야만 하는, 아니 꼭 찾아오고 싶었을 지도 모르는 이곳에 그녀는 다시 찾아왔다. 손목을 내밀어 시계를 보았다. 여덟 시 직전이었다. 연붉게 칠한 입술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초여름의 훈훈한 바람이 시내 저지대로부터 올라왔다. 정해진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철대문 앞으로 다가가, 소리 없이 섰다. 그리고 창살 틈 사이로 마당 안 가옥 처마 주변을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슬레트 지붕과 처마, 하얀 벽은 밤하늘과 구색이라도 맞추었는지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인기척도, 찾으려 하는 눈에 띄는 특정한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내밀어 쪽문 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밀어보려던 손을 이내 풀었다. 그녀는 몸을 돌이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아닐 거야. 내가 뭔가 잘못 알았을 거야. 나의 카덴차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어.’
여자의 뒷모습이 좀전에 자신이 걸어 왔던, 어두워진 골목길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