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잃어버린 아이

소설 > 추리/스릴러/미스터리  by 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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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소설 > 추리/스릴러/미스터리
작가
리운
출판형태
전자책
파일형태
파일크기
0.57MB
출판사
유페이퍼
ISBN
9791170568827
출판일
2023.03.20

저자 소개

웹소설 미스터리 다수 집필.
시, 영화, 소설, 음악 모두를 너무 좋아하는 한 사람.
언젠가는 음악 같은 소설을 쓰는 게 소원입니다.

"세상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저도 포함해서요. 이 글의 말미에 저는 행복해졌고, 여러분도 반드시 그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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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목차
1화. 우미의 원고, 로맨스 쓰려다 미스터리
2화. 진태와 이경
3화. 민석과의 만남 그리고 기생 사주
4화. 한때 집이었던 곳
5화. 친구의 값
6화. 이십여 년 전
7화. 프랑스 영화처럼
8화. 텅 빈 생일 파티
9화. 낚시터에서의 잃어버린 두 시간
10화. 변심
11화. 방언, 함구, 경찰
12화. 취업, 은둔, 추방
13화. 마음이 들리지 않는 남자
14화. 스크린 밖 어둠 속 그 남자의 정체
15화. 검정 전화기와 오 남매 사건
16화. 세찬의 접근
17화. 대면
판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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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얼굴을 잃어버린 아이]는 1970년대부터 2000년 사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편소설입니다. 친족, 성추행, 유아, 망각, 고시원, 아르바이트, 범죄, 따돌림, 성장과 같은 건드리기 민감한 주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시대는 흘러갔어도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최대한 실제에 근거하여 담담히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본문 중]

정신을 차린 큰고모의 손길이 바빠졌다. 아이가 눈을 고정시킨 면경에는 고모의 앙다문 입술과 하얀 뺨, 그리고 극구 절 외면하는 눈길이 담겨 있었다. 고모의 진의는 몰라도, 아이는 시골에 와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어리둥절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서글펐다. 서울의 가족이 생각나서였다.
‘내가 없어 기쁜 모양이지?’ 아이는 단 한 번도 엄마를 찾은 적이 없었다.
“초아야, 머리 빗었으니 우리 이제 아가씨 놀이하자! 고모가 눈 뜨라고 할 때까지 꼭 감고 있어야 해. 예쁘게 화장해 줄게.”
말투는 달콤했다. 아이는 의심 없이 눈을 감았다. 코를 찌르는 분 냄새와 함께 눈두덩이에 화사한 가루가 내려앉았다. 뺨으로도 몇 번씩 화장 솔이 지나갔다. 입술엔 더 오래 공을 들였다.
“입술을 이렇게 문질러 봐.”
고모의 주문을 따라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마찰시켜 립스틱을 고르게 펴 발랐다.
“이제 다 됐다. 거울 봐. 예쁘지?”
임무를 마쳐 홀가분해진 고모가 밝게 떠들었다. 하지만 거울 속 아이의 모습은 누가 먹다 흘린 사탕 같았다. 분홍 바탕 위에 초록과 파랑이 끈끈히 엉겨 붙은 제사용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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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단 걸 끊지 못하는 사람답게 밀크를 선택했다. 그와 마주보며 마시는 커피는 평소보다 진하고 뜨거웠다. 가슴이 잠깐 두근거렸지만, 점차 그의 메마른 감정이 반사되어 가라앉았다.

‘이거였나? 저 사람의...’

호기심의 표피가 한 겹 벗겨졌다. 일부의 깨달음이 왔음에도 아직까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말은 승리했다.

‘저 사람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보내오던 마음의 소리를 일체 보내오지 않고 있었다. 단 한 마디도, 문장 부호조차도 그는 감추어 뒀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으레 지녔어야 할 감정의 잔물결, 파고를 얼마든지 감추어 둘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애초에 마음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 안에 숨겨져 있던 이질적인 자아, 저마저 모르고 살던 것을 흔들어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