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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 분야 인문사회 > 예술/문화/기타
- 작가
- 이수경
- 출판형태
- 종이책
- 인쇄컬러
- 표지-컬러, 내지-흑백
- 판형
- B5
- 페이지수
- 236p
- 출판사
- 부크크
- ISBN
- 9791141013639
- 출판일
- 2023.01.31
목차
저자의 말
밑도드리 연주영상 QR코드
제1부 순환 여행의 준비
제1장 밑도드리 기본 정보
밑도드리는 어떤 음악일까│도드리의 원곡은 고려시대 보허자│하늘을 날며 돌아들다│밑도드리의 장 구조와 장단│밑도드리의 음조직│밑도드리 기존 분석
제2장 음악적 구조와 음악적 서사
구조선율·음관계론·음군│음악적 서사와 일화기억│기억의 재구성과 음악의 구조적 원리│기억과 정서의 연결관계│음악서사학Musical Narratology이란│본격적 분석에 앞서
제2부 음악서사학적 분석
제1장 깊이 내려가기
제2장 꼬리 따기
제3장 조금 더 높이
제4장 되돌아들기
제5장 탈주 놀이
제6장 열정과 평정
제7장 자유를 얻다
제3부 위상수학적 분석
제1장 음악과 위상공간
공간이 꼭 3차원이어야 할까│평면에서 탈출한 수학│휘어지는 공간, 다양체│모양보다 더 본질적인 위상│그래프 이론과 복잡계 네트워크│위상적 구조에서 구멍cycle의 의미│음악공간과 위상학적 사유
제2장 밑도드리의 위상수학적 구조
밑도드리의 집 재료 ‘노드’ 정의│노드 간의 연결 ‘에지’ 정의│음악 네트워크의 ‘거리’ 정의│위상공간에 밑도드리 집짓기│밑도드리의 사이클 구조│사이클이 실제 악곡에 나타날까│사이클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제3장 밑도드리 위상구조의 음악적 의미
수학적 집에 무의미한 에지는 없다│간접연결된 단 하나의 에지│사이클 중첩과 도드리코드
제4부 음악서사학과 위상수학의 에지
제1장 음군과 점군의 분석방법론
제2장 음악적 구조와 위상수학적 구조
음악구조의 2차원 표상│음악구조의 3차원 표상│공간의 음악화, 음악리듬과 건축리듬│노드 간 거리의 음악적 의미│사이클의 음악적 의미
제3장 밑도드리의 서사와 위상공간의 집
후기
부록: 분석 참고 악보
참고문헌
도서 정보
이 책의 주제는 ‘연결’이다. 모든 사건은 연결로부터 시작된다. 음악적 사건도 음과 음의 연결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음악의 명곡 ‘밑도드리’를 대상으로 음들의 연결관계를 음악학과 수학의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국악학계에 생소할 수 있는 음악서사학적 방식으로 도드리를 분석하며 그것을 수학적 연구와 해석적으로 연결시켰다. 심리적 가상공간에 ‘위치’한 음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서로의 ‘관계’ 속에 이야기를 형성한다. 위상수학도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의 특성과 모양새를 공간적 ‘위치’와 ‘관계’를 통해 규명한다. 위치와 관계를 통한 ‘음악적 공간’이 음악학과 위상수학을 통섭적으로 연결한다. 위상수학적 국악분석은 같은 호몰로지 방식을 이용한 서양음악연구와도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점의 음악적 상상력과 미학적·철학적 주제를 던져주었다. 수학자들은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적 거리를 정의하며 고차원 위상공간에 밑도드리의 기하학적 집을 완성시켰다. 그 집은 8개의 순환하는 아름다운 창을 지닌 수학적 공간의 환상적인 구조이다. 그 집에는 황병기 명인이 생전에 그토록 찬탄했던 밑도드리의 그 음악적 특성이 ‘도드리코드’라는 암호명으로 숨겨져 있었다. 조선시대에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고 찾아내지 못했던 숨겨진 코드를 인공지능이 찾아냈다!
위상기하학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간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 설명해준다. 음악적 공간도 비가시적 공간이다. 오랫동안 수학이 곡률이 0인 유클리드 평면에 갇혀있었듯, 음악적 구조 분석도 저차원 공간에 갇혀 상상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위상기하학에서 음악적 공간은 집합요소에 따라 얼마든지 n-차원 n-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 위상수학으로 여행하는 음악공간은 감각적 직관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영감과 상상의 다차원 공간이다.
음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움직이는 파동들이고 거기에는 어떤 질서와 패턴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음악적 색채로 물들인다. 음악은 자기만의 음공간을 형성한다. 그 공간에서 사건들이 펼쳐진다. 음악적 사건들이 곧 음악의 공간이다. 음들이 연결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야기는 기억을 전제로 한다. 기억은 불완전하고 선별적이며 정서적이다. 이야기는 또한 공유되고 소통된다. 이야기의 전파력은 강하다. 음들의 연결이 이야기를 생성하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가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기도 한다. 음악이 사람들을 연결시킨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가상공간에서의 움직임을 떠올린다. 음악이론가의 음악분석은 그러한 가상적 움직임 묘사로 가득 찬 허구의 세계이다. 그 허구세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러한 속성들이 마치 음악에 실재 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다. 음악서사학은 음악을 인지심리학적 측면에서 이해한다. 음악이 이야기로 인식되는 까닭은 인간이 음악적 사건에서 방향성을 지닌 목적지향적인 움직임을 찾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율은 어딘가를 향해 상행하고 하행하며 때론 인간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까지 한다. 인간의 뇌는 움직임을 포착하며 그 행위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진화되었다. 그런 까닭에 음악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음들의 움직임에서 그 의지와 의도를 찾으려한다. 서사적 분석의 진실한 가치는 음들의 연결관계에 기초한 무한한 상상력과 그 창발적 가능성에 있다. 음악의 서사적 분석이 무미건조한 분석용어를 넘어서 보다 문학적이고 창의적인 은유의 세계로 발을 디딜 때 그 분석은 인문학으로서의 음악학의 취지에 보다 근사될 것이다.
우리가 밑도드리로부터 원하는 것은 ‘밑도드리는 황종 평조의 6박 장단이고, 1장과 4장 전체, 6장과 7장의 앞부분은 같다’와 같은 무미건조한 정보들이 아니다. 밑도드리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분명 그 이상의 어떤 것이다. 누군가는 밑도드리에서 깊은 산속 도사의 경 읽는 서사를 연상하고, 또 누군가는 우주의 무한한 순환과 회귀를 연상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
보다 음악적이고 보다 선율적인, 인간적인 국악 분석이 더욱 많이 시도되어야 한다. 베토벤의 단 한 곡에 대해서도 전 세계 수백수천의 분석 논문과 미학적 글들이 존재한다. 베토벤의 음악은 풍부한 담론을 지니고 있다. 반면 국악 분석은 황무지이다. 국악의 담론은 아직도 19세기적이다. 국악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과 담론들이 풍부해질 때 국악도 사람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