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손목> 시집 출간 소식

이한이 2020.03.17 14:57 조회수 63
안녕하세요, 시집 <눈 쌓인 손목>을 출간한 이한이입니다.


2018년 여름부터 2019년 겨울까지 쓴 문장들을 모았습니다. 가장 괴로웠을 때, 절대로 버리지 않을 마음과 사람들을 안고 썼습니다. 괴로운 날을 보내었을 당신 또한 안고 썼습니다. 투쟁이 결여된 슬픔을 썼다지만 투쟁을 관둘 슬픔을 쓴 것은 아닙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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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었던 그 고통을 잊지 말 것, 그러나 동시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을 것, 그 밖에도 이제껏 믿을 수 없던 많은 문장들을 믿어볼 것, 편지를 자주 꺼내어 다시 읽을 것, 답장이 오지 못하더라도 자주 편지 할 것, 어떤 것들은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것, 우리 여전히 아프네 아프네 연민되어도 그저 살아갈 것 - 을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며, 나는 이 시들을 써야만 했던 시절을 아주 꼭꼭 씹어 잘 보내 주고 싶다. 너무나 지겨워서 절대 버리지는 않을 마음들을 갖고서 말이다.

- 책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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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손을 꽉 쥐고 우리는 사람들이 보든 말든 지하철 손잡이에 기대어 울다 웃다 그러다가 지축역에서 내리고 미처 챙기지 못한 마음들을 오금행 열차에 그대로 실어 보냈고 저녁 냄새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플랫폼 위에서 우리는 미친 듯이노래를 듣고 울고 너는 울음을 멈추지 않고 나는 왜 가사가 네 어깨에 기댈래가 아니라 내 어깨에 기대줘인지 생각해보다가 답을 대충 내렸고 그래서 다시 새로운 노래를 틀고 허나 네가 울음을 멈춰야 할 이유는 없고 나는 해야하는 말을 미루다가 타야 하는 열차 몇 대를 그냥 보내버렸고 그러면서 우리 시간 부자라며 깔깔대고 오늘에야 안 것은 사람은 손을 잡은힘만으로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아마도 미치게 허무하고 찬란하고 게으르고 울렁거리던 이 저녁의 귀갓길을평생 잊지 못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걸 알아가야 한다는 것.

- 지축역 플랫폼, <눈쌓인 손목>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