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쳤던 이유

시·에세이 > 에세이  by 노이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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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시·에세이 > 에세이
작가
노이염화
출판형태
종이책
인쇄컬러
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A5
페이지수
80p
출판사
부크크
ISBN
979-11-272-9748-0
출판일
2020.02.12

저자 소개

노이염화

목차


목차

1화 엄마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쳤던 이유 / 6

2화 우리 가게 셔터가 올라가지 않을 때, 달려와 주는 이웃 가게 사장님들 / 16

3화 하이힐을 벗어 던지자! / 22

4화 우리들은 아이를 꼭 만들어야 할까? / 30

5화 뜬금없지만 우리, 꽃무늬 옷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 37

6화 꽃 도둑 이야기 / 42

7화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의 풍경과 그 후의 이야기 / 46

8화 반찬통과 인생의 많은 일들 / 52

9화 아침마다 청소기를 돌리는 이유 / 55

10화 여성답다는 무엇이고 남성답다는 말은 무엇일까? / 59

11화 아무래도 방탕한 예술가가 될 수가 없다. / 66

12화 이 에세이집의 아름다운 매듭을 지어 보자.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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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1. 엄마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쳤던 이유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엄마와 단 둘만이 있는 차 안에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아마도, 그래. 다음으로 진행할 이야기는 진부하게 나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 곳곳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그래도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는 식으로 감동적인 끝맺음을 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자, 이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

나는 올해 서른의 중반을 넘은 나이가 되었다. 이는 어쩌면 엄마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되었음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부모에게 당신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것은 어쩌면 10대 시절에 끝냈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나는 한때 중증의 우울증 환자였고 지금도 우울증약을 달고 사는 상태이다. 물론 지금은 꽤나 좋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약은 그리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 음, 약간 희망적인 내용이다. 마음에 든다.

나는 어린 시절, 갈가리 찢어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그 결과 나는 심각한 병을 앓았고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통째로 날려버리게 되었다.

자, 과거의 이야기로 다시 뛰어가 보자. 이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은 과거에서부터이니까.

나의 부모님은 당시를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때가 되어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을 적당히 골라 결혼을 했다.

두 분이 사랑하지 않았다거나 서로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스스로의 인생에 무책임한 면이 있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뭐, 어쩔 수 없는 시대였긴 하다. 당시는 먹고 살기에 급급한 시대였고 삶이니 사랑이니 선택이니 결정이니 정의니 하는 단어는 사치품 같은 것이었으니까.

어쨌든 두 분은 사람들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고 나를 만들고 낳으셨다.

음... 사실 내가 태어난 사실에 대해 과거 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가 나를 낳지 않기를, 아빠가 나를 만들지 않았기를 원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지금 와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너무 잔인한 말 같아 후회하고 있지만(아니, 정말로 후회하긴 하는 걸까? 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에이, 넘어가도록 하자!) 당시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태어나지 않는 편이, 만들어지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고.

나의 엄마 아빠는 당시의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을 사랑했으나 제대로 양육하는 법을 몰랐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윗세대로부터 배운 것이 없었으니까.

그들에게 자식을 잘 키우는 방법이란 열심히 공부시키고 꼬박꼬박 밥을 지어 먹이고 따뜻하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해주는 것을 의미했을 것이다. 사실, 이마저도 실행하지 못한 부모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그들은 자식과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자식이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로서 폭언이나 폭행을 가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들이었다.

나 또한 많은 내 세대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잘해 주면서도 한편으론 폭행을 가하거나 폭언을 일삼는 부모 밑에서 자라나야만 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것을 학대라고 말하지 않는 시대였으니까.

나는 어린 시절, 엄마가 두려웠다. 방관자인 아빠가 나서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웠고.

당시에는 드문 일하는 여성으로서 엄마는 화가 나면 자식인 내게 심한 말을 하거나 때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니, 정정한다. 자주 있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의 나는 최대한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했었다.

아빠는 원망스럽긴 했지만 나에게 폭언도 폭행도 하지 않았기에 꽤나 따랐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것이 아빠에게 양육자로서의 잘못이 없었다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엄마 아빠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본인들도 받아보지 못한 살가운 애정을 주는 일과 제대로 된 양육법을 실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지금 와서 내가 그런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과거가 수정되지는 않는 법이다.

엄마를 두려워하고 아빠를 원망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지울 수도 없는 과거는 그곳에 남아있다.
- 1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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