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을 가리지 않는다

시·에세이  by 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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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시·에세이
작가
박다빈
출판형태
종이책
인쇄컬러
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46판
페이지수
216p
출판사
부크크
ISBN
일반판매용
출판일
2019.07.17

저자 소개

 
· 박다빈
좋은 기분, 균형감, 더 넓은 의식과 이해를
우리 내면에 뿌리 내리도록 돕는 이야기를 씁니다.
정답 대신 하나의 방향을 쓰고,
결과의 완벽 대신 마음의 충만감을 추구합니다.


· 카쿠코 매거진
카쿠코 매거진은 당신에게
쓸 만한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는 친구, 가족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각각의 삶이 가진 특별함입니다.
같이 고민하고 각자 일어서며
당신과 나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 블로그
https://brunch.co.kr/@parkd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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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마음에게 첫 휴가를 주네요
기준의 폭
교육과 교정
자질
계절의 마음과 시간의 마음
마르지 않는 위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옛 연인과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을 만났다
진짜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뭔지
나는 왜 나를 이기려 했는가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일에 관하여
복수심을 해소하는 방법들
감동하는 인생
칭찬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과거 기억들이 물결쳐 올 때
한심하게 살겠습니다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이익의 균형 맞추기
게으름에 대한 이야기
유월 첫 날 부산에서
관계의 모든 신비가 말끔히 벗겨진 지점
나는 이 사람을 어디까지 도울 것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지키는 일
인생의 곁순치기
스스로를 믿는 일
역할 조율
할머니가 쓰러지셨던 날
거금 10만원을 도둑맞고
매듭을 매듭으로 두는 일
버리는 것에 관하여
글쓰기 인생 중간 점검
다 마음인데
내가 느낄 수 없는 세상에서의 인생과 감동
그 사람 꿈을 꿨어
두려움을 뒤집어서 쓰면 용기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계급으로 분류되는 순간
원래 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때
세월이라는 스승
요즘 자연에서 배우는 것들
제비
타인의 물건도 소중히 대하는 사람
예술과 인생
마음 세계의 원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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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본문 미리 보기


그런데 세상에는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타인과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대상은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기 시작할 때부터, 그 사람의 자유는 구속을 받을 수 있다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의지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교정되어야 한다고. 나는 그것이 윤리라고 생각한다(19p).

남의 눈물이 도끼처럼 내 발등에 떨어져 보긴 처음이다. 너무 아팠어. 너 울었다는 소리 듣는데, 온몸이 다 아팠어. 너 부담 가지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너 힘든 거 보기 싫으니까 힘들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오늘 내가 너무 놀라서. 내 마음 때문에 너무 놀라서. 이제 새싹 하나 난 마음인 줄 알았는데, 이게 열매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서. 다 깨닫고 나니까, 니 앞에서 망설일 이유 같은 게 하나도 없더라(29p).

아무도 모르게, 당사자인 두 사람조차 모르게 시작되는 마음들이라니, 신비롭기도 하고 으스스하기도 한데. 운명이 이런 얼굴을 하고 있다면, 다음 운명의 이목구비를 보게 될 날이 손꼽아 기다려질 정도로, 나는 당신이 짊어지고 오는 모든 운명이 괜찮고 고맙고 좋았다. 너무 이상한데. 이상한데, 사실이었다(31p).

난 너 무디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는데. 말수 적으면 다 무딘 건가. 오히려 말수 적은 사람들이 더 섬세한 것 같던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그랬어. 너 포함해서. 자기 말고는 아무도 다치지 말라고, 결국 혼자 물러서거나 돌아서는 사람들. 핏자국 흥건하게 남기면서 뚜벅뚜벅 멀어지는 사람들. 넌 그 핏자국이 아무한테도 안 보이는 줄 알지. 너한테 관심 있는 사람은 니가 남긴 핏자국 볼 수 있어. 그거 보고 너 따라갈 수 있어. 내가 용해서 너 졸졸 따라다니는 줄 알았어?(34p)

사실 내 내면은 나에게 결투 신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고유한 의견을 가질 뿐이었다. 그 의견을 못마땅하게 여기다가 전쟁 선포를 하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 나, 내 에고(ego). 그리고 내 내면은 나를 패배시키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것은 그저, 그저, 뭔가를 말할 뿐이었다. 어느 쪽을 가리킬 뿐이었다(53p).

참 희한하다. 나는 내가 저지른 황당한 거짓말 하나를 숨기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었다. 얼떨결에 한 번 써 본 가면대로 내 얼굴을 만들기 위해 내 얼굴을 자꾸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정말 나 아닌 뭔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잠깐 멋을 부리거나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것뿐인데. 잠깐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뿐인데(54-55p).

내가 내 기능적인 부분들을 단련하는 것도 물론 나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근본적인 내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나를 가장 강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좋은 영화, 좋은 음악, 좋은 여행, 좋은 독서, 좋은 관계, 좋은 취미를 접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일상 밖의 일이 아니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너무나도 일상과 밀접한 일이다(67p).

그래서 칭찬을 받든 비난을 받든 이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누가 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도 그 사람이 그냥 그 사람 본인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고 있는 것 같다(72p).

나이가 들수록 넉살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잔소리를 들어도 발끈하기보다는 적당히 능글맞게 대처하는 때가 생기고. 남이 뭐라 하건 내 중심을 계속 지킬 수 있는 힘 같은 게 자꾸 생겨났습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에서 벗어날수록, 나는 내가 원하는 인생과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80p).

근거 없는 짜증, 우울, 허망함 같은 것에 시달릴 때마다, 나는 단순히 내가 성격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체력이 모자라 자꾸 기분이 일그러진다고 생각했다. 그게 정신의 연료 부족 신호일 수도 있다는 건 몰랐다. 사실 정신이 요구하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휴식과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 정도. 물론 이것은 일반화될 수 없는 목록일 것이다. 사람의 정신마다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를 테니까(88p).

관계의 모든 신비가 말끔히 벗겨진 지점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했던가. 상대에 대한 내 환상이 깨질 때마다 나는 어떤 감정을 느껴 왔던가. 알면 알수록 더 좋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느낀 전율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 있었나.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모습보다 더 근사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나는 내 상상이 세상의 끝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실감하였다. 그 실감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104p).

사실 그런 식으로 여러 번의 슬럼프를 겪어 보았다. 모두를 위한 밥상을 차리려면 결국 아무것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내가 나의 최선을 존중하고 이해해 주어야, 내가 그 길을 계속 걸어 갈 수 있다. 부족한 점은 개선해 나가면 된다. 부족을 잘못으로 해석하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닳아, 결국 주저앉게 된다(109p).

내가 어떤 면에 정체되어 있을 때, 나는 나만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것이 고정관념으로 존재할 때, 그것은 고정관념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 ‘이치’, ‘도리’, ‘그래야 마땅한 것’, ‘이로운 것’, ‘올바른 것’의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너무 옳다고 생각한 무언가가 사실은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된 날마다, 나는 함정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를 또 하나의 함정에 빠뜨렸구나(115-116p).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이 내 삶에 있다 한들, 그것 자체가 실패일까.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안에 쌓여 있는 수수께끼만큼 사람은 실패한 걸까. 모르는 것만큼, 못 해결한 것만큼,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걸까. 그때쯤 나는 매듭에 관해 이전보다 훨씬 관대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여 나는 그 질문들에 ‘아니.’라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144p).

농작물은 자신에게 물을 주고 양분을 보충해 주는 손이 누구의 손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어떤 손에게 특별히 고마워하지도 않고, 어떤 손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 점이 문득 내 마음을 덜컹거리게 했다. 차별하지 않고 모든 걸 수용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문자를 초월해 나를 압도하였다. 나무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가지 하나를 더 뻗치거나 열매 하나를 더 맺지 않는다. 그저 그때그때 자기 상황에 맞게, 가지와 잎 그리고 열매를 만들 뿐이다. 그리고 나무는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그저 스스로 존재하며 그 삶에 몰입할 뿐이다(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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