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투르스로의 여행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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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소설 > SF소설
작가
데이빗 린지 지음 / 고장원 옮김
출판형태
종이책
인쇄컬러
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A5
페이지수
210p
출판사
부크크
ISBN
979-11-5811-170-0
출판일
2015.06.14

저자 소개

데이빗 린지는 20세기 스코틀랜드 환상문학 작가들 중 주요한 1인으로 꼽히는 동시에 미국의 과학소설 연구학자 로벗 E. 스콜즈(Robert E. Scholes)와 에릭 S. 랩킨(Eric S. Rabkin)이 그들의 공저 [과학소설; 역사, 과학, 비전 Science Fiction: History, Science, Vision; 1977년]에서 ‘20세기 10대 SF’의 하나로 꼽은 장편소설 [아크투르스로의 여행 A Voyage to Arcturus; 1920년]의 저자다. (이 연구서는 우리나라에도 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그의 괴작(怪作)들은 첫 출간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 가는 파격과 독창적인 형식실험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차츰 독자와 평단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이윽고 1970년대에 들어 스콜즈와 랩킨은 작가의 데뷔작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을 과학소설의 역사에서 H. G. 웰즈의 [타임머신]이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보다 훨씬 앞서 작가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1930년대 말부터 이미 C. S. 루이스(Lewis)가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을 재발견하여 문학계 지인들에게 필독을 권하는 전도사로 나섰다.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드러나듯이, 린지는 고향인 스코틀랜드 특유의 환상문학 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영웅설화와 과학소설의 초기 선구자들인 줄 베르느와 라이더 해거드(Rider Haggard) 그리고 로벗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작품들을 즐겨 읽었다.

그 결과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진정한 실재(혹은 실존)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데이빗 린지의 세계는 스코틀랜드 환상문학의 선배인 조지 맥도널드(George MacDonald)와 초현실주의 및 마술적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앨러스데어 그레이(Alasdair Gray) 같은 현대 작가들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읽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린지의 데뷔작이자 가장 널리 알려진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이다.

여기에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스코틀랜드 환상문학 작가들의 영향이 암묵적으로 보이는데, 린지는 평소 조지 맥도널드의 작품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또한 린지는 독일어를 독학하여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원서로 독파하는 학구열을 보여주었다. 이 독일 철학자들의 허무주의 사상은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에서 그로테스크하게 변형되어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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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소개

고장원은 SF평론가이자 작가이다. 이외 주요 경력은 아래와 같다.

2011~15년 사이언스타임즈 고정 컬럼니스트
2014~15년 과천과학관 주최 제1회, 제2회 SF어워드 심사위원
2010년 과천과학관과 과천시 공동주최 국제SF영화제 집행위원
2007~8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최한 드라마/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위원
2005년 9월~2006년 6월 서울벤처정보통신대학원 대학교 초빙교수
2004~2006년 과학문화재단 후원 동아사이언스 주최 과학기술창작문예에서 과학소설 부문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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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등장인물

15. 스웨일로운의 섬(Swaylone's Island)
16. 리홀훼(Leehallfae)
17. 코팽(Corpang)
18. 혼트(Haunte)
19. 설른보드(Sullenbode)
20. 바아리(Barey)
21. 세계의 끝, 머스펠(Muspel)

▶ 부록 1: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시놉시스
▶ 부록 2: C. S. 루이스의 눈에 비친 [아크투르스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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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자고로 어느 예술분야에서나 너무 시대를 앞서 가면 오히려 그 진가를 몰라주는 바람에 해당 작품이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기 쉽다. 스코틀랜드 작가 데이빗 린지(David Lindsay)의 사이언스 환타지 [아크투르스로의 여행 A Voyage to Arcturus]도 바로 그러한 경우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과학소설 연구학자 로벗 E. 스콜즈와 에릭 S. 랩킨이 함께 쓴 비평서 [과학소설; 역사, 과학, 비전 Science Fiction: History, Science, Vision; 1977년]에서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은 [우주전쟁]이나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20세기 10대 SF’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초판이 나왔던 1920년대에는 지나치게 도발적이고 가치전복적인 설정과 이야기 전개방식 탓에 독자들로부터 괴작(怪作) 취급을 받았다.

오늘날 20세기 스코틀랜드 환상문학 작가들 가운데 주요인물로 꼽히는 데이빗 린지의 이 장편소설에 대해 가장 일찍이 진가를 알아본 인사는 같은 영국인으로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 1950~56년]의 작가 C. S. 루이스다. 문학계 지인들과 관련 커뮤니티에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을 소개하는데 앞장섰던 그는 1940년 8월 18일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대중소설이지만 이 소설은 (한손에 종교를, 다른 한손에 포르노그래피를 든 것처럼) 우리의 상투적인 고정관념을 무의미하게 만들거든요.”

영국의 사상가 콜린 윌슨 또한 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을 잊혀진 천재의 소산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책들 중 하나로 꼽은 윌슨은 [반지의 제왕]이 거둔 엄청난 성공에 고무된 나머지 미국의 발렌타인 출판사가 영국의 또 다른 환상소설을 펴내려 물색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이 작품을 적극 추천했다. 덕분에 이 장편소설은 드디어 1968년 미국에서 페이퍼백으로 나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몇 차례 고가(高價)의 하드커버로만 나왔던 터라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서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는데 그 허들을 마침내 넘어선 것이다.

줄거리의 일부를 잠시 살펴보자.

영매로 추정되는 거구의 사내 마스컬은 친구 나잇스포어와 함께 런던의 한 강령회에 갔다가 난데없이 불청객으로 뛰어든 크랙이란 사내로부터 연성계인 아크투르스의 행성 토맨스로의 여행에 초대받는다. 세 사람은 역행(逆行)광선에 견인되는 기이한 우주선을 타고 목적지까지 불과 19시간 만에 도착한다. 문제는 마스컬이 정신을 차려 보니 황망하게도 자신만 외딴 행성에 홀로 버려져있는 것이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그는 자신의 몸이 낯설고 새로운 감각기관들이 다수 달린 외계인의 육체로 변한데다 자신을 꼬드겨 우주선에 태운 크랙이 여기서는 악마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는 수 없이 마스컬은 토맨스라는 이국적인 행성을 여행하며 자신이 여기까지 불려온 진정한 이유를 찾아 나선다. 이 와중에 그는 온갖 특이한 사람들을 만날 뿐 아니라 이 행성의 창조주와 그에 대립하는 악마 각각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과연 토맨스 행성을 움직이는 작동원리는 무엇이며 마스컬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장편소설을 규정짓는 가장 큰 특징은 전복적 가치를 밥 먹듯이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36.7광년 떨어진 외부 항성계의 기이한 행성 토맨스를 여행하는 한 지구인의 모험과 그로 말미암은 내적인 사색을 그리는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읽는 내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일반소설의 전통적인(또는 전형적인) 독해방식 뿐 아니라 과학환상소설(Science Fantasy)의 통상적인 플롯과도 과감한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은 독자가 나서 자라며 체득해온 기성사회의 모든 인습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되어 과감히 전복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뿐 아니라 영적으로 특화된 외계공간을 제시한다. 단지 이국적인 외계공간을 주인공의 모험을 위한 희한한 눈요기꺼리 공간으로 제공하는데 급급해하는 펄프 과학소설과 달리, 세계최초의 펄프 SF잡지가 탄생하기 약 6년 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장편소설은 토맨스라는 지구와는 동떨어진 시공간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인식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그러한 시도는 단지 육신(오감)이 감각할 수 있는 선에 그치지 않고 내면적 성찰을 요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결과적으로 일반소설은 쉽게 엄두내기 어려운 내러티브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통상적인 과학소설이나 복고주의에 경도된 환상소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역까지 깊숙이 탐구해 들어간 작품이 바로 [아크투르스로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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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딜 가든 나도 가리다.”
“그러면 나는, 당신의 사랑이 지속되는 한 아다즈까지 따라가겠어요.”
“사랑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심하는 거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이제 내가 전에 말해주길 거부한 걸 솔직히 털어놓을게요. 당신에게 사랑이란 단어가 내게는 생명의 단어예요.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죽게 돼요.”
“왜?” 마스컬이 천천히 물었다.
“그래야 해요. 그것은 바로 당신이 내게 원래 처음 키스했을 때, 당신이 초래한 책임이에요. 당신에게 이 사정을 밝힐 생각은 없었어요.”
“당신 말은, 내가 홀로 가버리면 당신은 죽게 된다는 뜻이오?”
“당신에 내게 준 것밖에는 내게 다른 목숨이 없으니까요.”
그는 아무런 대꾸 없이 슬픔에 잠겨 그녀를 바라보더니 가만히 자신의 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둘이 포옹하는 사이 그는 매우 창백해졌지만 설른보드는 백묵처럼 하얘졌다.

---- 본문 135쪽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