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한결같음

시·에세이  by 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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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시·에세이
작가
박다빈
출판형태
종이책
인쇄컬러
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A5
페이지수
200p
출판사
부크크
ISBN
979-11-272-1767-9
출판일
2017.06.19

저자 소개

· 박다빈
의미 있는 글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는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정성 들인 글을 쓰며, 그 여러 가지 일을 부지런히 하고자 합니다. 편하게 둘러보세요.

· 카쿠코 매거진
이곳에서는 산문과 소설을 책으로 엮어 발행합니다. 여기에서 펴낸 책들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가며 적은 보고서와도 같습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돋보기일 수 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책 한 권을 통해 삶을 좀 더 깊이 보려고 하면 어떨까요. 삶의 중심부로 파고들수록, 사람은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 데다가 사람을 의미 있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 삶의 중심부로 갈수록, 당신은 무엇을 보고 듣고 맡고 만질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당신 앞에 펼쳐 놓는 것, 당신이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 마음은 몇 뼘이나 움직일 수 있을까요. 우린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어느만큼 함께 깊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와 삶은 얼마나 친해질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삶 안에서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합니다. 각각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전보다 더 잘 살고자 그렇게 합니다. 카쿠코 매거진은 그 공부를 당신과 함께합니다.

· 블로그
https://brunch.co.kr/@parkd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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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파도와 모래성 6
오늘 날씨는 구름 9
당신이라는 시절 11
쑥떡 사태 15
이상적인 대화 20
나를 잘 간수하는 세월 24
네가 화낼 때 내가 웃는 이유 28
올바른 올바름 31
너를 조준한다 33
손톱을 깎다가 35
자연적인 변화 37
어떻게 좋아하며 살았는지 39
달걀의 잠재력 44
벼락 부자 46
일기 49
환절기 감기 50
어머니의 셀카 54
마음에 있는 사람 57
그 사람의 나이 59
은인의 편지 61
물빛 당신 64
잊어지는 일이 66
마음만큼 잘 만나기 68
조용한 증발 70
약속과 믿음 72
생각의 숙취 74
무심하다가도 76
눈빛의 깊이 78
5월의 선선한 밤에 81
저 꿈에서 이 꿈으로 84
여전히 두려워 89
미안해 91
기다릴게 93
민감 둔감 95
그 대화법 97
초승달이 예쁘다가 99
나보다 어린데도 102
정차 103
부정의 종류 105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격차 108
스테인드글라스 111
그 날 밤, 우리의 축구 경기 113
의지 표현 117
거스르지 않도록 120
무심해서 미안해 122
떠나고 싶은 때 126
과거와 현재와 미래 130
각자의 한결같음 133
수동과 능동 사이에서 137
간 138
여름이 닿지 않는 곳 140
하고 싶은 거 다 해! 143
표정의 온도 148
새똥에서 나온 나무 151
커피 가스 155
오락 158
해방의 세상 159
부끄러운 어른 162
두 번째 낙원 166
마음이 담겨서 170
믿고 살 것이 있다는 행복 173
어떤 모양의 시간 속에 있습니까 177
일 180
도망가지 않는 사람 184
가족 관계 189
진짜 자신감 192
임자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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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 본문 미리 보기

누군가의 마음으로 더는 들어갈 수 없는, 누군가의 마음을 더는 받아 줄 수 없는, 그 엄청난 단절을 일으킨 건, 절대 거대한 사건이 아니었다. 어떤 일을 더는 이어 갈 수 없는, 어떤 습성을 더는 안고 있을 수 없는, 그 엄청난 물러남을 일으킨 건, 절대 거대한 계기가 아니었다. 난데없이 닫혀 버린 누군가와의 관계를 앞에 두고, 혹은 내 가슴을 앞에 두고, 항상 거창한 이유를 찾았었는데. 이제 와 돌아보니, 그 폐쇄는 죄다, 사소한 무언가의 상실 때문이었다. 기본적인 배려라든지, 언젠가 맺은 자질구레한 약속이라든지(18-19p).

말투가 좀 험하긴 해도, 뒤끝 없고, 매사에 천진난만하고, 사람 참 좋아하며, 누군가를 멋대로 휘두르지 않기 위해 신중히 배려하고, 마음 쓰는 그 사람을 보며, 나는 알게 되었다. 대화는 각자의 뭔가를 ‘주고받는’ 일이라기보다, 각자의 뭔가를 그냥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렇게 보이는 서로의 뭔가를 가만히 바라보거나, 그 가치를 인정해 주거나, 존중하며, 그 과정을 그저 즐기는 일이라는 것을(22p).

그냥, 나는 네가 내보이는 거친 모습들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또 해 주고 싶었다. 나는 그 모습들을 좋아한다고, 정말 좋아한다고,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그걸 정말 좋아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너는 그런 나에 대고, 또 고개를 휘휘 내젓겠지만(30p).

그런 너로 인해 생긴 가슴의 울렁거림이 다 가신 어느 날, 나는 너에게 바쁠 때 손톱 깎는 거 잘 잊어버리는 사람 따위로 기억되고 싶어졌다. 이름이나 생김새나 직업이나 취미가 아니라, 바쁠 때 손톱 깎는 거 잘 잊어버리는 사람 따위로 기억되고 싶어졌다. 그렇게 자질구레한 기억으로 새겨져, 네가 머물 자질구레한 모든 순간 한 구석에 오래 남고 싶었던 것이다. 네가 남은 생애 동안 집어 들 모든 손톱깎이에 내가 지문처럼 묻어 있었으면 싶었던 것이다(36p).

가르치지 않고도 나를 성장시키는, 그 사람의 특별한 능력을 좋아합니다. 뭔가가 딱 맞물린 듯한 느낌을 매번 제공하는, 나와도 나 이외의 모든 것들과도 언제나 잘 어울리는, 그 사람의 친화력을 좋아합니다. 그 친화력 이면에 숨은 그 사람의 수줍음을, 친화력보다 조금 더 좋아합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괄괄하게 굴다가도, 내 앞에서는 부끄럼을 쉽게 타는 그 사람 모습을 좋아합니다. 못 견디게 좋아합니다(42p).

어떤 사랑은 관계가 약간 낡다시피 했을 때 그 본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 반면, 이 사랑은 관계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그 본모습을 유감없이 떨쳤다. 이 사랑이 흐르는 시간은, 여느 사랑이 흐르는 시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가졌다. 사랑이 싹트고, 피어나는 속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단위가 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47p).

마음에는 투여가 가능한 약이 없어서, 나는 알맞은 온도의 물수건을 당신 이마에 얹어 주는 심정으로, 당신에게 내 마음 한 뭉치를 얹습니다. 당신이 받아들이기로 선택하지 않은 것들은, 결국 당신을 지나쳐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간 수많은 감기들이 그랬듯, 이 감기도 그렇게 지나갈 것입니다. 당신을 방문만 하고, 당신 속에 눌러앉아 살지는 못하는 감기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문득문득 궁금해집니다. 내 안에 허가서가 있는지요. 당신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가도 된다는 내용을 담은, 허가서가. 당신이 앓는 가장 질긴 감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언젠가는 떨어져 나갈 뭔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아픈데, 나는 철부지 같이 이런 근심이나 안고 있네요(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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