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생 관람 티켓

소설  by 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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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소설
작가
박다빈
출판형태
종이책
인쇄컬러
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A5
페이지수
166p
출판사
부크크
ISBN
979-11-272-1071-7
출판일
2017.02.12

저자 소개

· 박다빈
의미 있는 글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는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정성 들인 글을 쓰며, 그 여러 가지 일을 부지런히 하고자 합니다. 편하게 둘러보세요.

· 카쿠코 매거진
이곳에서는 산문과 소설을 책으로 엮어 발행합니다. 여기에서 펴낸 책들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가며 적은 보고서와도 같습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돋보기일 수 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책 한 권을 통해 삶을 좀 더 깊이 보려고 하면 어떨까요. 삶의 중심부로 파고들수록, 사람은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 데다가 사람을 의미 있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 삶의 중심부로 갈수록, 당신은 무엇을 보고 듣고 맡고 만질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당신 앞에 펼쳐 놓는 것, 당신이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 마음은 몇 뼘이나 움직일 수 있을까요. 우린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어느만큼 함께 깊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와 삶은 얼마나 친해질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삶 안에서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합니다. 각각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전보다 더 잘 살고자 그렇게 합니다. 카쿠코 매거진은 그 공부를 당신과 함께합니다.

· 블로그
https://brunch.co.kr/@parkd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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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네가 지나칠 모든 계절의 모퉁이마다 서 있을게
어째서 내가 사랑한 모두는 나와 닮은 상처를 가졌는지
흩날리는 잎사귀가 아니라, 깊이 박히는 뿌리로 만나기를
존재하지도 않는 순간이 나를 붙들고 나를 흔드네
네게도 그런 사람 생기면, 내 희망을 이해하게 될 거야
감정이 넘치면 가장 중요한 말부터 떠내려 가 버려서
마음의 모든 날씨를 한 사람과 골고루 나눠 보고 싶어졌어
고요를 팝니다
당신을 데리고 온 운명은 나보다 근사한 안목을 가졌다
내가 가진 나침반엔 적히지 않은 방향을 보여 준 사람

그런 눈물로 녹이지 못할 빙하가 어디 있겠어
자식에게 말을 거는 일은 내 과거로 접속하는 일 같아서
당신이라는 세상의 현지인이 되기까지
아득할 땐 몰랐지, 아득해야 사랑인 줄
여기 와서 알게 됐지, 마음은 단 한 살도 먹지 않았다는 걸
첫 이별의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이어서
김 씨의 첫 걸음마
인간이라는 존재에 달린 나사는 원래 꽉 조여지지 않아
1년 365일은 365개의 빈칸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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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야심한 시각. 매표소에 도착한 당신이 주위를 둘러봅니다. 매표소 위에 큼직한 간판이 걸려 있네요. 극장 이름이 그 간판 속에 적혀 있습니다. 남의 인생 상영관.
당신은 상영 시간표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깁니다. 달콤한 팝콘 냄새가 자욱합니다. 요즘 이런 상영관이 부쩍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합니다. 점점 줄어드는 인간관계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남의 인생 상영관' 따위의 극장을 찾습니다.
어떤 커플이 당신 옆에 서서, 상영 시간표를 골똘히 뜯어보네요. 당신은 그들을 지나, 다시 매표소로 돌아옵니다. 매표소 직원이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오늘 마지막 손님이시네요. 이번 타임이 마지막 심야 상영이거든요. 어떤 표로 드릴까요?

□ 본문 미리 보기

내가 말하는 ‘한동안’이 계속 쌓여 언젠가 ‘영원’과 ‘평생’이 되길 바라는 건 너뿐만이 아니야.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내 미래를 엿보고 싶어. 모든 미래에 내가 너와 함께였다는 사실을 보고 싶어.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그 모습을 너한테 말해 주고 싶어. 가짜 맹세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진술로 너한테 말해 주고 싶어.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고. 함께이고, 함께일 거라고(9p).

그때 그녀는 정훈의 몸이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안간힘 다해 울음을 참아 보려는 사람의 몸부림 같았다. 그녀는 정훈의 오른팔을 내리고, 정훈을 깊이 품어 안았다. 정훈은 여전히 몸을 떨었다. 정훈의 그 떨림은 그녀를 얼마간 아프게 했다. 정훈의 떨림이 그녀의 몸으로 전달돼 오자, 그녀의 목 안쪽에 강한 통증이 밀려 온 것이다. 그건 안타까움의 통증이기도 했고,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을 마주했을 때의 놀람과 충격이기도 했다(19p).

당신을 사랑하는 일로 나는 겁을 먹지 않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손톱과 칼날이 되어, 나를 어떻게 할퀴고 도려내든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모든 사랑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몸과 생활과 영혼이 너무 멀쩡한 것. 오히려 나는 내가 이럴까 봐 겁이 납니다. 사랑을 한다고 하면서도, 나를 다 내던지지 못하는 것. 그래서 생채기 하나 없이 사랑에서 빠져 나오는 것. 그런 것들에는 겁이 납니다. 두려움에 가까운 겁이 납니다(23-24p).

허전하고 슬픈 마음보다 후회하는 마음이 더 무거운 이유가 뭘까. 뭔가를 하고 남은 추억 안은 채 허전해 하고 슬퍼하는 일보다, 아무 추억 없다는 것에 후회하는 일이 훨씬 감당하기 버거운 이유가 뭘까. 추억이 있는 것보다 추억이 없는 게 더 무겁고 벅차다니. 현실 세계와 마음 세계는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 정반대인 모양이었다(31p).

하지만 혜원이 끼어들어 버리면, 형욱의 모든 냉철함 내지는 냉담함이 상실되어 버린다. 일순간에. 형욱의 기본 성격을 싹 없애 버리는 신비로운 능력이 혜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뭐든, 혜원은 형욱에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혜원이 오면 형욱은 한없이 우왕좌왕하고, 어수선해지며,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바보가 된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괜찮다고 하는 바보가 된다(40p).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은 알 수 없는 종류의 자석으로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당신은 너무나도 강력한 자석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영혼의 귀퉁이는 그 쪽으로 아주 순식간에 딸려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순식간’ 이라는 건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어서, 당신도 나도 그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 순식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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