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살고 사랑하고 죽고

소설  by 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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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분야
소설
작가
박다빈
출판형태
종이책
인쇄컬러
표지-컬러, 내지-흑백
판형
46판
페이지수
194p
출판사
부크크
ISBN
일반판매용
출판일
2016.10.31

저자 소개

· 박다빈
의미 있는 글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는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정성 들인 글을 쓰며, 그 여러 가지 일을 부지런히 하고자 합니다. 편하게 둘러보세요.

· 카쿠코 매거진
이곳에서는 산문과 소설을 책으로 엮어 발행합니다. 여기에서 펴낸 책들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가며 적은 보고서와도 같습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돋보기일 수 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책 한 권을 통해 삶을 좀 더 깊이 보려고 하면 어떨까요. 삶의 중심부로 파고들수록, 사람은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 데다가 사람을 의미 있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 삶의 중심부로 갈수록, 당신은 무엇을 보고 듣고 맡고 만질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당신 앞에 펼쳐 놓는 것, 당신이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 마음은 몇 뼘이나 움직일 수 있을까요. 우린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어느만큼 함께 깊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와 삶은 얼마나 친해질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삶 안에서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합니다. 각각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전보다 더 잘 살고자 그렇게 합니다. 카쿠코 매거진은 그 공부를 당신과 함께합니다.

· 블로그
https://brunch.co.kr/@parkd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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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당신의 시골집
녹음실 A-0
자동차 디자이너
선생님께
가장 아름다운 고백
명희에게
보은이 누나
욕심 좀 내면 안 돼?
영혼의 임무
그런 채로 와
바람을 모아 담듯
뒤축 터진 운동화
오후 두 시
간절함도 실력이다
변두리 사람
유적 같은 사람
나를 웃게 하는 마음
눈이 낮아서
사연 있는 사람이 좋아
너만 간직해
그 여자
그런 말해 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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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책 속 한 문장

선재가 내게 까만 빨대를 던졌다. 나풀거리며 날아온 빨대는 내 오른쪽 팔뚝을 살짝 건드린 뒤 바닥에 떨어졌다. 선재는 엉망인 내 집을 둘러보았다. 못마땅한 표정이다. 나는 선재가 사 온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렸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 마시는 습성이 내게 있단 걸 과연 몇 사람이나 알까. 나는 누가 생일 챙겨 줄 때보다 내 사소한 취향을 기억해 줄 때 훨씬 감동 받는 사람이다. 타인의 사소한 취향을 알려면 그의 일상 깊이 들어가 봐야 한다. 우리가 일상 밖에선 취향을 양보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34p).

세월 가도 흐려지지 않는 추억이 사람마다 몇 개씩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과 함께 보낸 시간도 그런 추억 중 하나입니다.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매 순간 모두 값지고 소중했습니다. 값지고 소중했기에 자꾸 생각합니다. 자꾸 생각하기에 잊을 틈이 없었습니다(44p).

수연이는 거실 바닥에 누워 있고 정혜는 자고 있었다. 나는 거실 한편에 피자를 내려놓고 소파에 누웠다. 그러자 수연이가 "오빤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고 물어 왔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내가 바닥에 떡하니 누워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고 다시 물어 왔다. 그 날 이후로 수연이 보는 게 예전 같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수연이는 내가 뭔가를 챙겨 줄 때마다 화를 냈다. 애 취급하지 말라고(53p).

명희야. 내 딸 명희야! 너를 사랑한다.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한다. 살다가 어디 코 박고 울고 싶어지는 날이 오거든 이 말을 기억하렴. 엄마는 너를 제일로 사랑한단다. 사는 게 고단해 입에서 단내가 나도 외로워 말거라. 니가 어찌 살든 엄마는 너를 제일로 사랑하니까(63p).

그건 그러네. 내 마음 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은 미운데 내 마음 전혀 모르는 사람은 싫지. 화나지. 나는 이 마음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절절 끓는데 아무것도 몰라주는 거면 잔인하지(72p).

내게 덮여 있던 고민을 걷어 저만치 밀쳐 버리고 내 앞에 훌쩍 다가온 사람. 내가 내 고민을 못 보도록 그것을 막아선 사람. 내 고민에 대해 나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 내 고민 앞에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 그런 사람의 그런 반응은 나를 자꾸 웃게 한다. 내가 깨지고 다치지 않길 바라는 그 마음이 나를 웃게 한다. 그럴 때 나오는 웃음의 감각에서 나는 행복과 감사를 읽는다(142p).

학생들한테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동료 관계는 체념했어요. 난 동료 관계에 소질이 없나 봐요. 아무튼요. 군말 없이 다 '오케이' 하면서 난 잊혔어요. 선생님들한테서. 교무실에서 난 일 맡길 곳이지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날 찾고 그 뒤론 날 거들떠보지 않아요. 내가 원하던 거예요. 몸이 힘들긴 하지만 마음은 편해요. 그래서 난 지금 내 방식 좋아요. 평소엔 투명인간이다가 아주 가끔 써먹는 도구 같은 존재. 아무 기대도 부담도 없는 존재. 선생님은 그런 내가 보여요?(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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